저는 매 주말 1닭을 할 정도로 치킨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BBQ는 의외로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인데요, 워낙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인지 항상 선택지에서 제외해 왔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기프티콘을 선물 받게 되어, 정말 몇 년 만에 남양주 진접역 바로 앞에 있는 BBQ 진접점에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포장해 먹어봤습니다. 저는 BBQ 후라이드 특유의 올리브유 향과 양념 소스의 들쩍지근하고 시큼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포장에도 기대가 크지 않았죠. 그런데 이게 웬걸. 후라이드를 한입 씹어보니 제가 이질적이라고 느꼈었던 올리브유 향도 강하지 않았고, 육즙이 촉촉하고 뼈에서 살이 쏙 빠질 정도로 고소하고 맛난, 잘 익은 후라이드 치킨인 게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지난 2024년 BBQ가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의 레시피를 바꿨다고 합니다. 양념치킨의 경우 소스의 배합 자체를 완전히 바꾸었고 후라이드는 올리브유와 식용유의 비율을 50:50으로 변경했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원가절감이 취향을 저격할 줄이야…. 제 입맛은 아무래도 싸구려인가 봅니다…. ㅎㅎ 양념치킨도 확실히 맛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의 두꺼운 거친 느낌의 크리스피 튀김옷이 아닌, 옛날 치킨 같은 뭉글뭉글한 튀김옷에 케첩의 향과 산미가 강하던 기존 양념이 아닌 순하고 부드러운 옛날 양념치킨 스타일의 소스더군요. 간도 전에 비해 좀 약해져서 왠지 떡꼬치 소스 느낌도 나는 것이, '탁' 치는 자극적인 맛이 없어져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맛으로 변한 것 같았습니다. 다만 가격은 뭐, BBQ…. 다른 브랜드에 배달 쿠폰 적용 시 18,000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2만 원 중반대의 가격이 2025년인 지금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맛은 확실히 제 입맛에 맞게 바뀐 것 같아 특별한 날엔 한 번쯤 시켜 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BBQ 하면 약간 요상한 향이 나는 치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이번에 포장해다 먹어본바 확실히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저처럼 BBQ의 산미와 향이 별로였던 분들은 이번 리뉴얼 버전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원가절감으로 입맛을 저격해 버린 BBQ, 가격만 조금 더 착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씩 생각날 것 같은 그런 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