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로 사용 중인 노트북이 버벅대는 증상을 며칠 겪었습니다. 최근에 SSD를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프리징 현상이 발생하는 이상 증상이 반복되더군요. HW MONITOR 프로그램을 이용해 CPU 온도를 점검해 보니 코어 1개당 로드율이 1%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온도가 50~60도, 유튜브 시청만으로 최대 95°를 찍는 게 아니겠습니까! 냉각 팬도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고, 노트북 바닥 면도 그냥저냥 뜨끈뜨끈한 정도였는데 말이지요. 아무래도 CPU를 냉각하는 쿨링 챔버 쪽에 이상이 발생한 듯하여 서멀 그리스를 다시 바르기로 했습니다. 분해하는 김에 내부도 한번 청소하고요. ​그냥 뚝딱 고치고 넘어갈 수 있나요. 같은 불편 증상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방법을 설명해 드려 볼까, 합니다. ​서멀 그리스가 뭘까요? 서멀 그리스는 CPU, GPU 등과 같이 발열이 많은 부품과 냉각 팬 사이에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바르는 유체성 물질을 말합니다. 부품과 냉각 팬 사이의 기밀성을 높여 열전달을 원활하게 하고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최근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 노트북은 하판의 나사만 모두 풀어내면 손쉽게 하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일부 클립 방식으로 추가 고정되어 있다면 기타 피크나 안 쓰는 카드, 헤라 등으로 틈을 살살 벌려주면 손쉽게 여실 수 있습니다. 또한 전동공구 하나쯤 갖춰 두시면 작업 시간을 반으로 단축할 수 있으니 전동 드라이버는 댁에 하나 정도 비치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중요사항 하나 말씀드립니다. ASUS 등 일부 게임용 노트북의 경우 LED 조명을 위해 얇은 LED 라인이 하판에 고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하판 제거 시 해당 부품의 연결 케이블이 단선되는 경우가 있으니, 하판을 여실 때는 항상 주의하며 열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커버를 분리하면 CPU 및 GPU의 냉각을 위한 구리색의 쿨링 챔버, 그 끝에 연결된 라디에이터 및 고정 방열판이 보입니다. 해당 구조물은 보통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CPU 위를 덮고 있는 방열판 위 4개의 나사 등 방열 관련 부품을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모두 제거하면, 손쉽게 전체 구조물을 들어낼 수 있습니다. ​CPU 및 GPU 방열판의 경우, 1~4의 숫자가 각인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숫자들은 방열판 조립 시 CPU 등 부품과 완전 밀착을 위해 체결할 볼트의 체결 순서를 나타냅니다. 반드시 방열판에 적힌 대로 1 -> 2 -> 3 -> 4의 순서로 체결해 주어야 방열판 및 서멀 그리스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거나 뭉치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도포되어 있던 서멀 그리스의 상태를 보니 대부분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습니다. 보통 서멀의 수명은 일반 PC의 경우 2~3년, 노트북의 경우 1~2년 정도인데요, 일반 사무용 PC/노트북의 경우에는 PC는 폐기되기 직전까지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CPU의 온도가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온도가 오르지 않으니 서멀 그리스의 유분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게임, 그래픽 작업 등 CPU, GPU의 사용량이 많으면 저처럼 서멀이 굳는 현상이 1~2년 안에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기존 도포된 서멀 제거 시 깨끗하게 제거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때는 기판 세척용 알코올인 IPA 계열 99% 순도의 알코올이나 기판 세척제를 사용하시면 정말 손쉽게 제거하실 수 있습니다. 서멀 그리스를 새로 바르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X자 형태나 당구장 표시 형태로 바른 후 방열판을 덮습니다. 일부 관련 내용을 게시하는 블로그 등에서 헤라로 펴서 바르라거나 중앙에 X 형태나 Z 형태로 도포하고 방열판을 바르라고 하는 글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당구장 표시로 발랐을 때의 결과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이니 본인에게 맞는 도포법으로 바르시면 되겠습니다. 재조립 전 노트북 기판 등 내부를 에어 스프레이로 한번 청소해 주었습니다. 3년 정도 사용한 노트북치고 내부가 깨끗한 편이군요. 조립은 언제나 그렇듯 분해의 역순입니다. 분해의 역순으로 재조립해 준 다음 하판을 덮어주면 서멀 그리스 재도포는 끝입니다. 서멀 재도포 후 아이들링 시 평균 약 40°, 풀로드 시 평균 약 70°를 잘 넘기지 않습니다. 부팅이 끝난 직후에도 70°를 넘기고, 유튜브 4K 영상 시청만으로 90°를 넘겨버리는 사태는 이제 발생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노트북 서멀 그리스 다시 바르는 법, 어렵지 않지요? 사용하던 노트북이 갑자기 버벅댄다면 여러분들의 서멀 그리스도 돌처럼 딱딱히 굳어버렸을지 모릅니다. 성능저하를 이유로 바로 새 노트북을 구매하시기보다는 서멀을 다시 발라 성능을 다시 한번 끌어올려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